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즉석만남을 통하여 손님으로 온 다른 테이블의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뢰인과 그 여성은 술을 같이 마시며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모텔에 투숙하여 성관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성관계 후 의뢰인과 그 여성은 함께 잠이 들었는데, 그러다가 의뢰인이 먼저 깨었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곤히 잠든 그 여성을 두고 먼저 모텔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이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그 여성이 "술을 먹은 후 의뢰인과 함께 어떻게 모텔에 가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잠을 잔 후 깨어보니 하의가 모두 벗겨진 상태로 성폭력 피해를 당하였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하여 의뢰인은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변론의 방향 및 사건의 결과

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일을 겪는 분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술집 등에서 소위 말하는 헌팅을 통해서 처음 만났던 사이이고, 술을 마시다 보니 서로 호감을 느껴서 자연스럽게 성관계까지 이어졌는데, 다음날 피해자 쪽에서 어떻게 있었던 일인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술에 만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고, 강제로 성관계를 당한 것 같다"는 내용으로 고소를 하게 되는 일이 왕왕 일어납니다.

대개의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진술이 믿을만 하지 못하다는 신빙성 탄핵에 초점이 맞추어져 가는데, 이와 같은 사건의 경우에는 접근의 방식을 조금 달리 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떻게 성관계가 있었는지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도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 블랙아웃(Black-Out,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긴 상태)의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말하는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해자가 성범죄에 대한 반항을 전혀 할 수 없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멀쩡히 말하고 행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상태였고, 단지 필름이 끊겨서 사후적으로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주장해 나가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CCTV 장면, 참고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자가 사건 당시 피고인에 대하여 호감을 느껴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였고, 성관계 당시에도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던 것이아니라 멀쩡히 말하고 행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변론하였습니다. 의뢰인도 조사를 받기 전 저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피해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잘 정리하여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보다 의뢰인의 진술을 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결국 혐의없음 무혐의 처분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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